【 질문 】- ID allashin0115님

4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엄마랍니다. 사실 육아에 바빠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가 많이 어려웠어요. 쉽게 민족주의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으실 까요? 감사합니다.

【 답변 】 - 정병호 교수

우리가 쓰는 ‘민족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민족에 기반을 둔 국가의 형성을 지상 목표로 삼고 이것을 창건, 유지, 확대하려는 정신 상태나 정책원리 또는 그 활동”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민족 경계와 국가 경계를 일치시킬 것을 주장하는 이념적 성향인 ‘민족국가주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민족과 국가의 경계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한 국가에 여러 민족이 살기도 하고, 또 한 민족이 여러 국가에 걸쳐서 살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민족의 독립과 자결을 주장하는 민족국가주의를 근대 국민국가 건설의 기본 이념으로 삼았습니다. 한국의 ‘저항 민족주의’는 일제에 저항하고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해방과 분단, 전쟁과 냉전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남과 북은 각각 다른 ‘국민국가’를 만들었습니다. 한민족은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초국가적 민족이 되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현실 속에서 한 민족은 한 국가의 국민이어야 한다는 ‘민족국가주의’ 이념은 바로 다양한 한민족 집단 구성원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함께 살기 어렵게 하는 폭력적 이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nationalism은 ‘민족주의’보다 ‘국민주의’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은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초민족적 국민국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편협한 ‘민족국가주의’는 다양한 국민국가의 국민인 ‘초국가적 한민족’을 포괄할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의 평화로운 만남과 공존을 위해서도 민족과 국민 개념의 차이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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