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요 메뉴 영역

본문 영역

차이나는 클라스
본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23/6/18 종영 |  https://tv.jtbc.co.kr/jtbclecture

강연자 답변 보기

[93강 신동흔 교수] 채린님 질문 - 전래동화의 해석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습니다.

2019-01-14 PM 2:01:06 조회 480

ID 채린님의 질문에 대한

강연자 신동흔 교수님의 응답입니다.




【 질문 】 - ID 채린님


안녕하세요, 신동흔 교수님.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질문과는 별개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역사를 공부하여 최근에 대학교까지 해당 분야로 가게 된 한 학생입니다. 역사라고는 하지만 정사 자체보다는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권의 문화를 좋아한다고 봐야 하여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재를 가져다 창작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역사라는 것이 기록으로만 알 수 있다는 것과 그마저도 객관적이거나 완전한 사실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싶습니다. 물론 그 당시를 직접 확인할 수단이 없으니 현재 남아있는 유물과 기록으로 판단을 해야겠지만, 저는 종종 '과연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 하고 상상해보게 됩니다.

제 경우처럼 교수님께서도 옛날이야기들을 가지고 해석을 하실 때 '이 이야기들이 와전되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원본은 어떤 형태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답변 】 - 신동흔 교수


안녕하세요, 채린님. 신동흔입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역사와 창작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시라니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저도 역사를 전공하려고 인문계열에 진학했었거든요. 중간에 문학으로 방향을 바꾸었지만 역사는 늘 저의 관심사 속에 있고,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실은 저의 박사논문이 역사 인물담 속의 사실과 허구 문제를 다룬 것이었답니다.

설화(옛날이야기)가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은 일반적 역사기록하고 많이 다릅니다. 왕조실록을 비롯한 문헌기록들은 사실적 정확성을 추구하지요. 실증적 역사학 또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그 사실성 문제에 대해 근원적 회의를 떨칠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채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과연 ‘객관적이거나 완전한 사실’이 그 속에 있는 것일까요? 결국은 누군가의 관점과 해석이, 그리고 ‘이해관계’가 다양한 형태로 반영됐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전설을 포함한 설화는 역사에 접근함에 있어 ‘사실성’에 주안점을 두지 않습니다. 애초에 구비전승에서 사실의 정확한 유지라는 것이 가능한 일도 아니지요.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설화나 문학에 역사적 가치를 두지 않고 도외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설화에는 ‘역사적 사실’ 대신 ‘역사적 진실’이 담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가장 핵심적인 진실을 ‘서사’의 형태로 응축하는 것이 신화와 전설이지요. 예컨대 김덕령에 관한 설화는 허구적 요소가 많지만 ‘백성들이 희망을 걸고 있던 인물을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돌보기 위해 없는 죄를 덮어씌워서 죽였다’고 하는 역사적 진실을 핵심적이고도 선명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이순신에 관한 설화가 내용은 허구적이지만 그 속에 백성들의 신망이 담겨 있다고 했잖아요? 거꾸로 신립에 관한 설화는 그가 어떻게 좁은 소견과 깜냥으로 백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음을 봅니다. 요컨대 설화 특유의 담화적 코드를 잘 이해하고 그를 적용한 분석을 수행하면 설화 텍스트 속에서 중요한 역사적 진실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아기장수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요. 제가 쓴 책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에 아기장수 설화에 관한 내용하고 신립과 이순신 설화에 관한 내용이 있으니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옛날이야기 속의 ‘원본’과 ‘와전’에 대해 잠깐 답하겠습니다. 저는 구술된 모든 이야기 자료가 원본이라고 보는 쪽입니다. 사람들이 기억해서 구술하는 내용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요. 물론 그 가운데는 사실 관계가 틀리거나 앞뒤가 안 맞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게 왜 그렇게 기억되었을까를 추적해서 분석하다 보면 예상 못한 발견에 다다르곤 합니다. 이때 구비문학 연구에서 중시하는 것은 한 이야기의 여러 자료(이를 설화학에서는 ‘각편 version'이라고 하지요)를 한데 놓고서 서로 비교 고찰하는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 이야기의 본래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되지요. 물론 문헌에 기록된 내용과 비교하는 작업도 광범위하게 거치게 됩니다.

창작에 관심을 가진 역사학도한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문학과 설화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입니다. 보면 문학 전공자는 역사에 많이 관심을 보이는 데 비해 역사 전공자는 문학에 관심을 잘 안 갖는 것 같아요. 신화나 전설을 포함한 문학 속에 역사의 이면적 맥락을 통찰할 수 있는 놀라운 단서들이 많이 담겨 있음을 확실히 믿으셔도 좋습니다. 표면적 사실을 이리저리 얽은 형태가 아닌 ’역사의 심층적 진실‘을 꿰뚫는 창작이 그를 통해 가능할 수 있지요. 좋은 공부를 통해 빛나는 성취를 이루시면 좋겠습니다.





------------------------------------------------------------------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질문이 채택된 분께는 응모 시 기재된 연락처로 한 달 이내 상품이 발송될 예정입니다.

(배송정보 오기재 및 받으시는 분의 부주의로 인해 반송된 경품은 재발송이 불가합니다.)

SHOPPING &amp; LIFE

하단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