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재밌고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완벽하게 짜여진 서스펜스 스릴러, 감각세포들을 간질어주는 로맨스, 상상력의 끝판왕 SF판타지, 형사, 법정, 의학 등 온갖 장르물.
그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 작가인가?
우리는 가상현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혁신적인 문명이 휘몰아치는 요즘을 살고 있다.
소통하고 협력하며 인내하고 배려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신문물 앞에서 우리는 병적으로 열광하거나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양극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젠 지식과 정보로 무장된 MZ세대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에게도 벌써 공감과 배려라는 말은 어쩐지 낯설고 억울하기까지 한 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공감과 배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사랑.
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도 촌스럽고 관념적으로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야말로 각박하고 단절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랑을 받을 때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것처럼 용기가 난다. <나쁜엄마>는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나쁜엄마>에는 수많은 사랑이 등장한다.
운명처럼 스며들어 팍팍했던 강호의 삶에 숨통을 틔워준 첫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미주의 뜨거운 사랑.
아랑곳하지 않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삼식의 외눈박이 짝사랑.
서로 의지하며 긴 세월을 함께한 이장, 청년회장 부부의 단단한 사랑.
가족처럼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조우리 사람들의 따듯한 사랑.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이고도 절대적인 사랑.. 바로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
이 사랑은 유일하게 엄마만이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영원불변의 불사조 사랑이다.
고된 시련 속에서도 꺾이거나 변하지 않는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엄마에게 받았던 그 사랑을 떠올린다면 이 힘든 시대의 초라한 점 같이 느껴지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가치 있는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이야기인 <나쁜엄마>가 이 각박한 시대의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창고에 유일하게 혼자 살아남아 영순의 희망이 되었던 엄마돼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