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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켭니다ㅣ 틈, 사이 (내레이션 배우 김설현)

동영상 FAQ

2018.05.02 (Wed) 00:00 방송

더 단단한 하나가 되기 위해
JTBC가 하고 싶은 이야기

마음을 켜고 함께 걸어갑니다

-
틈, 사이 - 복효근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넣었으리라
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
틈 사이가
고울수록 깨어져도 찻잔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
미리 제
몸에 새겨놓은 돌아갈 길,
그 보이지
않는 작은 틈, 사이가
찻물을 새지
않게 한단다
잘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 벽도
양생되면서
제 몸에 수 없는 실핏줄을 긋는다
그 미세한
틈, 사이가
차가운 눈바람과
비를 막아준다고 한다
진동과 충격을
견디는 힘이 거기서 나온단다
끊임없이
서로의 중심에 다가서지만
벌이진 틈,
사이 때문에 가슴 태우던 그대와 나
그 틈,
사이까지가 하나였음을 알겠구나
하나 되어
깊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실금의
틈, 사이를 허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네 노여움의
불길과 내 슬픔의 눈물이 스며들 수 있게
서로의 속살에
실뿌리 깊숙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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