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요 메뉴 영역

본문 영역

본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2013/02/23 종영  https://tv.jtbc.co.kr/tastescandal

제작노트

이 짬뽕이 맛없는 이유

미각스캔들 2012-03-12 PM 5:45:38 조회 2702 추천 9

 

황교익 선생님이 5대 짬뽕 스캔들에 대해 쓴 글이다.

‘5대 짬뽕’이건 ‘신이 내린 짬뽕’이건, ‘조선일보가 보증하는 짬뽕’이건 맛없는 건 맛없는 거다.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에게 이 글을 바친다.

-------------------------------------------------------------


이 짬뽕이 맛없는 이유 - 황교익


JTBC 미각스캔들에 '전국 5대 짬뽕'의 허상이 방송되었다.

그 중에 내가 가서 맛본 짬뽕은 아래 사진의 것이다.

맛있어 보이는가.

방송에서 이미 말한 것도 있지만, 이 짬뽕이 왜 맛없는지 글로 풀어놓겠다.


 

짬뽕은 웍에 재료들 달달 볶다가 육수 팍 부어 끊인 후 면을 더하는 음식이다.

여기서, 짬뽕의 조리 포인트는 "웍에 재료를 달달 볶다가"이다.

안 볶으면?

그러면 우동이다.

웍에 달달 볶으면 재료의 겉이 바짝 익고 여기에 육수 부어 끓이면 재료의 조직감이 탄탄하게 산다.

짬뽕은 재료 하나하나의 조직감과 그 재료 안에 갇혀 있는 재료 본디의 맛을 즐기는 음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료는 싱싱할수록 좋은 것은 당연하고, 또 다양할수록 좋다.

그 국물이 붉든 하얗든 짬뽕을 즐기는 포인트는 같다.


저 5대 짬뽕의 재료는 오징어, 홍합, 바지락, 꼬막, 양파, 양배추, 돼지고기이다.

푸짐해 보이는 것은 홍합, 바지락, 꼬막이 껍질째 들어가 있어 그런 것이지 절대 푸짐한 양은 아니다.

여타 짬뽕에는 흔히 들어가는데 여기에 안 들어간 것은 새우, 조갯살, 목이버섯, 죽순 등등이다.


이 집은 짬뽕을 한꺼번에 10인분씩 해낸다.

손님의 주문을 10명 단위로 자르는 것을 보고 짐작한 것이다.

주방에서는 커다란 냄비에 껍데기째의 조개류와 오징어, 채소를 함께 넣고 끓인다.

10인분이라는 그 많은 양의 짬뽕을 만들려니 웍에 달달 볶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다.

양 때문에 국물이 천천히 끓어 껍데기 속 조개까지 익히자니 오징어는 질겨지고 채소는 퍼진다.

대학가 중국집의 서비스 짬뽕 국물도 이만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 짬뽕을 먹으면 불맛이 느껴진다.

어찌 된 것이냐 하면, 저 돼지고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맛 불맛" 하니 국물에서는 이를 어쩌니 못하고 돼지고기만 불에 그슬려 올리는 것이다.

대단한 머리이다.


혹, 이 집의 짬뽕이 옛날에는 정말 맛있었다 하면, 그 옛날의 맛으로 되돌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면, 단골로서 이 집을 지키고 싶다면, 이 집에 짬뽕을 먹으러 가지 않는 게 돕는 일이다.

그 좁은 주방에서 한 사람이 웍 불구멍 하나로 밀려오는 손님을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 짬뽕을 두고 맛있다 한 평들을 보면서, 그것도 기자들의 글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겨우 음식에 관한 글인데, 맛있다 맛없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인데 생각하고 살아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겨우 6,000원짜리 짬뽕 한 그릇에 독자가 신문사 간판 내리라 하겠는가 어쩌겠는가. 하하하... ㅆ

 

 

SHOPPING & LIFE

하단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