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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 종영  https://tv.jtbc.co.kr/tastescandal

제작노트

최종병기 MSG

미각스캔들 2012-03-30 PM 7:07:56 조회 2179 추천 12

 

 

(아직 그 입장에 변화가 없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식약청은 MSG가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발표했었고, 우리나라 사람들 식습관에 더 큰 문제는 과다한 나트륨과 당분 섭취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좋은 음식을 먹자면 먼저 화학조미료부터 버려야 합니다. MSG는 식재료의 쌩얼을 숨겨주는 짙은 싸구려 화장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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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MSG

                                                                       

  

MSG를 검색해보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1908년 이게다 박사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국물 맛의 성분이 다시마의 글루타민산(Glutamic Acid)임을 밝혀내고 그 성분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아지노모도’란 이름으로 상품화했는데 그 강렬한 맛은 사람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요리사가 아니라 화학자가 발명한 마법의 맛, MSG(Monosodium Glutamate)의 시작이었다.'


1960년대부터 MSG 과다섭취로 인한 두통, 메스꺼움 등 이른바 중국음식증후군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고 유해성 논란이 끊이질 않지만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절대 MSG의 마법을 포기할 수 없다. 한식 요리사들을 만나보면 순수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우려내 국물을 내려면 지금 음식값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거라고 말한다. 게다가 다들 화학조미료를 쓰는데 혼자 사용하지 않으면 MSG에 인이 박힌 소비자들이 그 식당을 외면할 것이다. 국제소비자연맹(IOCU)이란 단체는 10월 16일을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로 정했다는데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이 소비되면 이런 날까지 정했겠는가.


통계를 살펴보니, 우리나라 MSG생산량 중 국내출하량은 2006년 1,910만 톤에서 2008년 1,242만 톤으로 오히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에 가보니 심지어 MSG를 주로 생산해 성장해온 회사에서도 MSG를 쓰지 않은 조미료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라면과 같은 가공식품에도 MSG를 뺐다는 문구가 큼직하게 붙어있다. 광고만 봐서는 다 웰빙이다.


그럼 정말 MSG 사용량이 줄었을까? No! 이건 식품회사들의 마케팅 꼼수다. 옛날에 잘나가던 연예인 MSG양이 전신성형하고 개명해서 다시 걸그룹으로 데뷔한 거다. 식품 뒷면의 성분표기를 보면, ‘복합양념’ ‘00 시즈닝’ ‘감칠맛 조미분’ ‘00 분말’ ‘00 베이스’ ‘향미증진제’란 다양한 명칭의 변형 화학조미료들이 첨가돼있다. 단지 MSG라 불리는 오리지널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빠진 것이다. MSG를 기본 원료로 하는 복합조미료 생산량 통계를 보면 2006년 2,910만 톤에서 2008년 5,377만 톤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식당과 식품회사들은 절대 최종병기 MSG를 포기할 수 없다. 먼저 포기하면 먼저 망한다. 만약 우리나라 모든 식당에서 한날 한 시에 화학조미료가 다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요리사와 식당의 수준이 확실히 드러나게 될 테니 무척 재밌을 것이다. 비싼 가격을 받는 유명 파스타 집에도 화학조미료를 쓰는 나라니 일반 식당들은 오죽 하겠는가.


TV는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천연조미료 식당’들을 좋아한다. 방송사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트루맛쇼> 제작 당시 그 중 몇몇 음식점의 시료를 수거해 연구소에 테스트를 맡겨 보니 모두 다 꽤 많은 MSG가 검출되었다.


요즘은 정말 훌륭한 식당에서도 화학조미료를 쓴다. 수십 년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정육점 한 곳에서 최고 수준의 암소를 납품 받아온 우래옥과 하동관도 MSG를 사용한다. 주방에 들어가 식자재를 꼼꼼히 살펴본 황교익 선생님에 따르면 우래옥 평양냉면에 메겨진 11,000원이란 가격은 전혀 비싼 게 아니라고 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의 식당에서 최상급 식재료로 맛을 낸 그 훌륭한 냉면 육수에도 최종병기 미원이 투하되는 게 우리나라 요식업의 현실이다. 우래옥에서는 손님들의 입맛이 간절히 원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고, 하동관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MSG를 쓰고부터 장사가 더 잘됐다고 하지만, 우리는 피부미인 김태희의 쌩얼도 보고 싶다.

  

내가 먹는 게 내 몸을 구성한다. 만약 당신이 좋은 식자재와 아주 적은 양의 화학조미료를 쓰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받는 양심적인 식당을 알고 있다면 주인 분에게 정말 감사해야 한다. 나만 알고 있는 좋은 밥집은 소중한 공간이고 은밀한 즐거움이다. TV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식당이 진짜 맛집이다. 그 식당이 문 닫지 않도록 자주 가서 드시라. 좋은 소비가 좋은 사람들을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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