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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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오솔 김유정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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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게을러서 안 씻는 게 아니야. 지금 나한텐 씻는 것도 사치란 말야.”
- 길오솔에게 청소란?
다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등산처럼
치우고 나면 금방 다시 더러워지는 무의미한 일부스스 정돈 안 된 머리, 만년 교복이 된 무릎 나온 추리닝, 라면 국물, 김치 국물 튄 티셔츠. 여자이기를, 아니 인간이기를 포기한 취업 준비생.
다른 친구들이 취업성형을 하고 고가 스피치 학원을 끊을 때, 오솔은 독서실비 20만원을 아끼기 위해 총무라는 이름으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주말엔 카페와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와 생활비를 벌어왔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하루는 유독 힘들었고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져 씻는 것도 방을 치우는 것도, 귀찮음을 넘어서 버거워진지 오래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진 육상부 허들 선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에 입학 후 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운동을 그만 두었지만, 살아가며 문득문득 삶이란 400미터 허들 경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많다. 넘어도 넘어도 또 그 앞을 버티는 또 다른 장애물들과 끊임없이 마주해야만 하는, 어리지도, 그렇다고 성숙하지도 않은 나이.
올해 꼭 취업에 성공하리라, 이 악물고 별 보며 일어나 별 보며 돌아오는 빡센 생활을 해내고 있는 오솔에게 그나마 남은 삶의 위안이라고는 짝사랑 도진 선배를 바라보는 것.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이용한 도진의 본모습을 알게 된 오솔은 지난 3년간의 짝사랑을 아주 치욕적으로 끝맺게 되고, 그 비참하고 비루한 자리에서 또 다시 선결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오솔은 몰랐다. 자신이 악연을 몰고 오는 이 남자의 청소 회사에 취업하게 될 줄은. 그리고 이 병적으로 깔끔을 떠는 남자와 지독히 괴상한 사랑에 빠지게 될 줄은, 더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