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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바른 김명수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우배석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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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가 남아서’ 서울법대에 오고 ‘남한테 굽실거리며 살기 싫어서’ 법원에 온 개인주의자 판사.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데 출세도 싫고 그렇다고 멸사봉공도 싫은 혼자놀기의 달인.
업무 면에서 보면 원칙주의자 판사다. 판사 개인의 동정심이나 섣부른 선의로 함부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권력 남용이라고 생각한다. 부자든 빈자든 강자든 약자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고 본다. 그래서 거창한 정치이념이나 이상론은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 입장에 서려고 애쓰고 법도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차오름과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다. 박차오름의 선의는 알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기에 그녀가 늘 위태위태해 보인다.
더 싫은 건 도저히 그녀를 시크하게 무시할 수 없다는 거다.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이 보수적인 조직에서 좌충우돌하는 그녀가 위태위태하다. 벽에 부딪혀서 상처 입은 그녀를 보면 안타깝다. 자꾸 그런 게 보인다. 그래서 불간섭주의인 주제에 자기도 모르게 남몰래 돕게 된다. 왜지? 사춘기 시절 풋사랑이 아직 남아있어서? 정답을 기가 막히게 잘 찾는 능력자인데 그녀만큼은 답을 못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