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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미정 김지원 삼남매의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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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자신은 없지만, 미움 받지 않을 자신은 있다.
자신을 대화의 중심에 놓는데 능숙한 또래들에 비해,
미정은 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재주가 없다.
나의 말과 그들의 말은 다르다. 그들끼리 통하는 유쾌하고 소란스러운 말들은
어느 한 구절도 미정의 마음에 스며들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그래도 늘 웃는 낯으로 경청하고 수더분하게 들어준다.
까르르 웃어 넘어가는 또래들을 보면 여전히 낯설다.
저들은 정말 행복한 걸까? 나만 인생이 이런 걸까?
인생이 심란하기만 하다.
무표정하다가도 눈앞에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미소. 사회적으로 적응된 인간.
조직에선 그렇게 움직이나,
어려서부터 나고 자란 동네에선 무뚝뚝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는 깊은 얼굴이 된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얼굴.
지칠 일 없이 지친다.
누구와도 싸우는 일 없이 무던하게 살아왔지만, 티내지 않고 있었을 뿐,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앙금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온 우주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 것은 아닐까?
지칠 일 없이 지친 원인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만 있다면!
앙금 하나 없이,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만들어보자. 그런 사람.
멈추지 말자. 주저앉지 말자. 이게 인생일 리 없다. 길을 찾자. 나는 해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