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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기정 이엘 삼남매의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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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시풀시풀 거리다가 발등 찍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시풀시풀 거리다가 무릎 찍는 기정을 보고
엄마는 딴 게 팔자가 아니라고, 심뽀가 팔자라고, 심뽀 좀 곱게 쓰라고.
나이 들면 세련되고 발칙하게 ‘섹스앤더시티’를 찍으며 살 줄 알았는데,
매일 길바닥에 서너 시간씩 버려가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느라고
서울 것들보다 빠르게 늙어 간다.
밤이면 발바닥은 찢어질 것 같고, 어깨엔 누가 올라타 앉은 것 같고.
지하철 차창에 비친 얼굴을 보면 저 여자는 누군가 싶고.
나, 이렇게 저무는 건가.
그 전에.
마지막으로.
아무나.
사랑해보겠습니다.
아무나, 한 번만, 뜨겁게, 사랑해보겠습니다.
그동안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마지막 종착지가 될 남자를 찾느라, 간보고 짱보고...
그래서 지나온 인생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지겨운 시간들뿐이었습니다.
이제, 막판이니, 아무나, 정말 아무나, 사랑해보겠습니다. 들이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