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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주 안은진 네일 아티스트 & 강호의 고향친구이자 옛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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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는 착하다. 그래서 불의를 참지 못한다.
엄마를 두고 바람이 난 아빠를 찾아가 멱살을 잡았고, 청담동 에스테틱에서 자신에게 발길질을 한 오태수의 외동딸에게 맞발길질을 날려줬으며, 성희롱을 일삼는 남자 손님의 손가락을 살포시 분질러 주었다.
미주가 네일 아티스트가 된 이유는 엄마 때문이었다. 춤바람 난 아빠를 찾아가 소리소리를 질렀을 때 미주에게 초콜릿을 내밀던 아빠의 파트너. 그녀의 하얗고 예쁜 손에 칠해진 매니큐어를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엄마에게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손이었다.
엄마는 매일 밤낮으로 밭에서 일만 했다. 고추를 심고, 마늘을 심고, 배추를 심고, 열무를 심고 또 고추를 따고, 마늘을 따고, 배추를 뽑고, 열무를 뽑고...
그러느라 굳은살이 박이고 꼬질꼬질 흙 때가 끼어서 때수건으로 문질러도 하얘지지 않았다. 미주는 그런 엄마가 너무 안 돼서 이 담에 크면 꼭 네일 아티스트가 돼서 매일매일 엄마 손에 형형색색 예쁜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반짝이는 큐빅을 달아 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면... 엄마도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진짜진짜 어쩌면...
아빠도 다시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림동 작은 네일샵에서 일하던 중 우연히 강호를 만났고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사랑에 빠졌다. 그때, 강호는 사시준비를 하는 고시생이었다. 엄마의 도움 따위는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아 횟집에서 서빙알바를 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는 강호의 말에 미주는 마음이 짠해졌다.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법관이라는 운명이 강호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를 알기에 세상을 향한 강호의 복수에 동참하고 싶었다.
“너 공부만 해라... 알바해도 붙을 놈이 알바 안 하면 수석할 거 아니야.
나 너한테 투자할래... 가진 게 없어서... 일단은 나부터..
그 복수.. 내가 도와줄게.”
그날부터 미주는 본격적으로 강호 사시바라지를 시작했다. 밥하고, 빨래하고 또 월급을 받아 강호의 방값과 학원비를 대주었다. 힘들고 고됐지만 행복했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강호는 사시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7년이 흐르고... 악착같이 벌어 놓은 돈으로 네일샵을 차린다. 하지만 같이 동업을 하던 언니가 보증금과 회원권 팔아 받은 돈을 모조리 들고 튀어 버린다. 결국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 미주는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