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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우 서영주 교내재판 :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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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에게도 제 얼굴을 내보인 적이 없다.
18년 함께 살아 온 부모에게는 ‘유약하고 무기력한 철학가’로, 똑같이 평생 함께 살아 온 형에게는 ‘분노와 오만에 가득 찬 염세주의자’로 기억되었던, 그 어떤 말로도 정의내릴 수 없는 안개 같은 아이.
어느 날, 소우는 난생 처음으로 학교에서 싸움을 벌였다.
상대는 정국고 폭군으로 불리는 최우혁. 서로가 의자를 휘두르고 과학실 집기들이 부서질 정도의 큰 싸움이었지만, 징계위원회에서는 소우의 일방적 폭행으로 탈바꿈되어 퇴학이니 형사고발이니 험악한 단어들이 오갔다. 그 날 이후로 소우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소우는 학교 화단에서 죽은 채 발견되는 것으로 자신의 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