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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우 옹성우 2-3반, 그 누구보다 담대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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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망친 인생이란 없어. 아직 열여덟인데. 나도. 너도.”
느리고 태평한 듯 보인다. 모두가 숨차게 뛰어가도 혼자서만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 아버지는 떠났고 엄마와 둘이 살았다. 작은 식당을 하다 사기를 당해 빚까지 진 엄마는 지방의 식당에 기거하며 일한다고 하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준우도 잘 알고 있지 못한다. 너무 속상하지만, 모른 체 한다. 그렇게 서로가 모르는 척하는 것이 이 모자가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인지 고독이 습관이 된 지 오래. 자신도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는다. 그가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게 어른들이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옥탑방에 밥 짓는 냄새가 나면, 어김없이 엄마가 왔는지 가슴이 뛴다.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것들을 소중히 볼 줄 안다. 이런 것들을 늘 준우의 시선으로 담아 스케치 한다.
학교생활에서 자꾸만 생기는 오해들이 준우의 마음을 그곳에서 멀어지게 했고, 어차피 떠날 곳이 학교이기에 떠나지 않을 것에만 정을 줬던 것 같다.
수빈이에게도 일부로 정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수빈을 좋아하면서 난생 처음의 행복을 느낀다. 그동안 유일하게 정을 주던 사물이나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는 다른 아찔한 떨림이다.
준우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면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 것. 이로 인해 곧잘, 타인에게 무심하고 공감능력 부재한 아이로 오해받는다. 엉뚱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지만 늘 혼자였기에 감정 표현이 서툴다. 하지만 어른이 키워내지 않아도 혼자 잘 크는 아이다. 아주 행복할 땐 그냥 히죽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