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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숙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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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를 부끄럽게 하는, 자랑할 게 없어도 자랑스러운 내 아부지
부정의 아버지.
따뜻한, 선하고 순하고 현명한,
하나뿐인 딸이 문학이고, 법이고, 종교인,
생활력도 강하고 옳은 말만 하는, 사랑하는 내 아부지.
세상에 대한 미움이 없는, 선물 같고 기적 같은 사람.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그래도 바지춤 꼭 붙들고, 폐지를 찾아 서울을 뱅글뱅글 돌면서
어제처럼 오늘을 살아내는,
거의 완전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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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자 신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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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만 죽도록 미워할 수는 없는 어딘지 측은한 당신 어머니
너무 걱정이 많은, 정수의 엄마.
사사건건 모든 걸 다 아셔야 직성이 풀리는 당신 어머니.
구두쇠, 그렇지만 야박하지는 않은, 건물주.
혹시 무뚝뚝한 아들 내외에게 먼저 전화가 걸려올까,
한시도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불만도 칭찬도 화도 사랑도 웃음도 눈물도 많은,
나누어 줄 마음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외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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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란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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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자신을 속이다가 화려한 껍데기만 남아버린 여자
유방암을 극복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여배우.
일일 연속극부터 예능, 광고, 영화, 자기계발서까지
장벽 없이 종횡무진 활동하는,
대단한 정력가인 줄 알지만, 안 아픈 곳이 없는 종합병원.
SNS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는, 연예계 대표 부부.
실상은 서로 다른 애인을 둔 대표 쇼윈도우 부부.
악플을 가장한 폭로로 골치 아픈,
알려지면 곤란한 비밀이 많은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