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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 하문수 원진아의 사진
    하문수 원진아 모형제작자. 건축과 졸업, 예비 건축사

    문수의 하루는 바쁘다.
    새벽에 일어나 엄마가 운영하는 여성전용 사우나 ‘산호장’의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목욕탕일 틈틈이 매표소에 앉아 주문받은 모형을 만든다. 그 중, 매일 술을 달고 사는 엄마의 뒤치다꺼리는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일과.

     

    어렸을 때 겪었던 사고로 인해 문수와 가족들은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고, 집을 나간 아빠 대신 문수가 엄마 곁에 남게 되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웃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엄마를 보살핀다.


    사람들은 그런 문수를 보고 이제 괜찮아졌구나, 다행이네- 라고 말한다. 문수의 내상은 보지 못한 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문수도 슬프고 아프다. 다만, 슬퍼할 기회를 놓친 것뿐이다. 하지만 내색하는 대신 문수는 씩씩하게 일상을 지속해 나간다. 그것이 문수가 슬픔을 대하는 자세였다.

     

    왜 하필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서 사고가 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제 탓으로 돌리는 게 쉬웠다. ‘나는’ 왜 하필 그날,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을까.

     

    문수는 그 날의 오후를 기억한다. 불어오던 바람과 흔들리던 유리창, 순식간에 무너진 건물을 기억한다. 사고 이후 문수는 결심한다. 살아남은 대신, 욕심내지 말 것, 하찮은 감정에 놀아나지 말 것. 그저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길, 분수에 맞게,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길 바랐다.

     

    누군가를 만난다면, 평탄하게, 아무 사건사고 없이 잘 자란 사람을 만나고 싶어.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엄마에게 살갑게 구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주원은 저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주원이 좋았다. 주원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꾹 눌러왔던 제 본모습을 자꾸만 보이게 되는 강두는 문수에겐 불편한 존재다. 매사 처신이 다른 강두와 부딪치면서 문수는 제 감정을 토해낸다. 어색함이 어느새 시원함으로 변하기 시작한 걸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재수 없는 놈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그리고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 가는 강두가, 문수는 이상하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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