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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이 최성은 28세/여/‘만양정육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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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눈망울로 소, 돼지를 단번에 해체하는 칼의 여신’
청초한 외모로 소, 돼지를 단번에 해체하는 칼의 고수다.
스쳐 간 자국만 봐도 칼 종류부터
칼잡이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알아본다.
그녀가 처음 정육도(精肉刀)를 잡은 건 열다섯 무렵이었다.
교통 사망 사고를 저지르고 식물인간이 돼버린 아버지의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없던 어머니를 대신에 국거리 한 근을 잘라 판 것이 시작이었다.
열여덟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죽었다. 눈물도 안 나왔다.
정육점을, 이 지긋지긋한 선홍색 불빛을 벗어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49재 날, 절에 갔던 어머니가 사라졌다.
재이는 정육점에 남았다. 어머니를 기다려야 했으니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엔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들으며 정육도를 내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