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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수자 김재화 '베스티드 투자증권' 용역 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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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는...
‘보이는 나’와 ‘바라보는 나’의 온도 차가 크다.
‘바라보는 나’인 그녀는 태생적으로 의심 많고, 사람 싫어하고, 그래서 쉽게 곁을 주지 않지만.
‘보이는 나’는 살갑고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다.
그녀의 친화력은 꽤 전략적이고 선택적이다. 필요와 불필요, 이해득실에 따른 ‘생계형’ 친화력,
세상 반가운 미소를 짓다가도 돌아서는 순간 입을 삐죽이며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표정으로 드러내는
온탕 냉탕의 스위치 전환이 본능적이고 즉각적이다.
천 가지 얼굴과 만 가지 꿍꿍이를 가진 표리부동의 결정체,
이런 특성이 수자의 삶엔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베스티드에서도 완장값 하는 작업반장 천덕규까지 구워삶아 용미는
그렇게 사정을 해도 바꾸기 어렵다는 청소 스케줄을 수자는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다.
수자의 천 가지 얼굴과 만 가지 꿍꿍이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는 가족이다.
남들에게만 다정한 남의 편을 넘어선, 남보다 못한 개그지 남편. 자식이라고 둘도 아닌 딱 하나 있는,
명문대 재학 중인 아들내미는 제 엄마를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만도 못하게 본다.
암만 살갑게 굴려 해봤자 귀 닫고 눈 감아버리는 가족들 덕분에,
남들에겐 잘만 통하는 그녀의 친화력이 집에선 찬밥, 아니 쉰밥 신세다.
그렇게 무시는 수자의 일상이 되었다. 외로움은 굳은살이 박였다.
그녀의 유일한 휴식은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옷 방에 깔아 놓은 매트 위에서
수면제 삼아 마시는 소주 반병과 유튜브 동영상뿐이다.
그걸로도 위로되지 않는 날에는, 사는 게 바빠 만료되도록 스탬프 하나 찍히지 않은 여권을 들고,
옷장에서 가장 좋은 옷을 빼입고 공항으로 간다.
가서 서너 시간 정도 앉아 있다 보면 기분만큼은 태평양도 건너고, 대서양 위도 날고...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떠날 수 있는 삶이 수자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