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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수영 문가영 KCU은행 영포점 예금창구 4년 차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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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해변가의 모래성이다.
예쁘고 반짝이지만 그 안에서 살 수는 없는,
공들여 지어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
수영은 은행에서 늘 미소 짓는다.
기분이 좋을 때도, 강해보이고 싶을 때도,
울고 싶을 때도, 더러울 때도,
은행에서는 절대 가면을 벗지 않는다.
상처는 약점과 다르지 않다는 걸 진작 깨달았기에.
그랬는데...단단하기만 했던 수영의 마음이 일렁였다.
하상수 때문에.
상수는 가볍게 치근거렸던 남자들과 달랐다.
정중했고 따뜻했다.
자신의 앞에선 긴장된 모습으로 서툰 행동을 하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수영은 보고 말았다.
봐선 안 될, 그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