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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환 양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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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분 외할아버지. 전 정가축병원 원장.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평판이었고
스스로도 그렇다 자부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올곧게 살아왔으니까.
자기가 알고 있는 상식과 질서대로 인생이 흘러가기만을 바랐던 사람이다.
그런데, 늘 인생에는 변수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안 되는 일.
자식 농사다.
자길 고스란히 닮아 그렇게 고집불통이었던 큰딸 미옥.
병원을 이어받아 수의사가 됐음 좋겠다 싶었는데, 기자가 됐다.
게다가 이미 생겨버린 뱃속 아이까지.
그렇게 딸은 결혼도, 삶도, 죽음까지도 제멋대로 해버렸다.
미옥의 죽음을 잊지 못해, 손녀(예분)를 품었고.
그 죽음을 잊지 못해, 손녀에게 그늘을 드리웠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소중한 손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었다.
손녀와의 사이가 회복될 즈음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왜 좀 더 살갑게 사랑을 주지 못했을까.
현 무진시 국회의원 차주만의 열혈 지지자다.
오랜 세월, 주만의 옆에서 그를 지켜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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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옥 박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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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분 이모. 봉동물병원 근무 중
늘 언니보다 두 발짝씩 모자랐던 여자.
똑똑한 언니가 부럽고, 아버지가 조금은 무서웠던 사람.
남편과는 일찍 이혼하고, 지금은 아버지와 조카 예분만을 보며 살고 있다.
현재 예분을 도와 봉동물병원 운영 중.
30년 전, 무진 경찰서 원반장과 치명적인 로맨스로 얽혔었다.
지금도 오빠만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오빠와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스물다섯 스물하나, 기력 넘칠 땐 모든 게 아름답기만 하고 사랑이더니,
쉰다섯 쉰하나가 되니, 쬐금 힘이 딸린다. 사랑도 체력이다.
뭐 괜찮다! 파르르 끓는 것만 사랑이 아니니까.
뜨끈~하게, 은근~하게 옆을 데워 주는 것도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