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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훈 배수빈 4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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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 비뇨기과 원장.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매섭고 차가운 눈빛을 소유한 남자, 정재훈.
예민함과 까탈스러움을 겸비한 재훈은,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제법 탄탄한 근육을 유지하며 매력을 뿜고 있지만, 다가오는 상대를 경계하고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차가운 인물이다. 결벽증이라고 할 만큼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그는, 컵라면 하나를 먹더라도 시계를 세 개 쯤 맞춰 놓고 먹을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 먹는 완벽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 멤버였던 궁철과는 브로맨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절친이지만, 둘은 성격부터 행동까지 모든 게 달랐다. 재훈이 지극히 개인주의였다면, 궁철은 지극히 오지라퍼였고, 재훈이 심사숙고파라면 궁철은 무작정 행동파였다. 리더십 강하고 활달했던 궁철 주위엔 늘 친구들이 많았고, 재훈은 그런 궁철을 내심 질투하고 경계했다.
친구들 사이에선 넘치는 부와 풍부한 지식을 발산하며 기승전 잘난척이지만, 집에선 잘난 두 형들 밑에 한참 덜 떨어진 천덕꾸러기에 불과하다.
그가 반에서 일등을 하면, 둘째 형은 전교에서 일등을 했고, 큰 형은 전국에서 일등을 하는 정도였다. 미친 듯이 공부를 해도 형들을 따라갈 수 없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너는 왜 형들처럼 안 되는 거냐”며 야단만 맞고 자랐다.
집에서 받지 못한 그 사랑을,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여자에게 갈구했다. 그녀 곁을 늘 맴돌았고, 그녀와 결혼을 꿈꿨지만, 결혼의 문턱에서 이유도 모른 채 그녀에게 차였다. 몇 년 후, 재훈은 재력가 집안의 딸이자 미스코리아 출신의 여자 모란을 만났고, 지적이면서 마르고 예뻤던 짝사랑의 모습을 모란에게서 발견하려 애썼다. 원하는 바가 뚜렷했던 둘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만, 결혼 후 20킬로가 늘어버린 모란에게 재훈은 이혼을 선포했다.
돈 많고 시간 많은 마흔 다섯의 돌싱 일 년 차.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만 같은 그는, 여전히 사랑을 갈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