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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복 정석용 4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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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실 남편. 보험회사 직원 및 외제차 딜러.
뭐가 그리 좋은지 매사 허허실실 배시시한 남자, 박춘복.
상사의 면박에도, 거래처의 불평에도, 아내의 타박에도, 새파랗게 어린 고객의 갑질에도 얼굴한번 붉히지 않는 천성적이 착하고 여린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빈대 붙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그의 회로는 오로지 기승전 돈이다. 열두 살 어린 꽃 같은 아내와는, 8년 전 백화점 문화 센터에서 강사와 원생으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노총각이었던 그에게 성격도 좋으면서 얼굴까지 예쁜 아내는 그야말로 복덩이 그 자체였다. 게다가 수줍음 많은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준 아내라니. 춘복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고, 일 년 후 딸내미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난 후 쥐꼬리만도 못한 강사 월급에 그가 출간한 시집의 인세로는 한 달 분유 값도 부족했다. 결국 그는 늦은 나이에 보험회사에 취직했고 가족을 부양키 위해 남들보다 세 배는 열심히 일했다. 당연히 야근은 잦아졌고 주말도 없었다. 오로지 아내와 딸을 생각하며 죽어라 돈만 벌었는데, 철없는 아내와 가끔 보는 딸내미는 아빠를 돈 버는 기계쯤으로 취급한다. “어린 여자랑 살면 돈이 좀 많이 들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춘복은 행복 유지비용을 충당하느라 힘에 부친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춘복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발견된다. 하지만, 축 쳐져 있을 시간은 없다. 자기만 보고 있는 아내와 딸을 위해 얼른 털고 일어서야 한다.